그라인더 쓰고 광명 찾은 날입니다. 역시 기계로 팍팍 잘라주니 아주 시원시원하고 좋구먼 칼집에 야를 박고 툭툭 쳤을때 돌이 쩍 하면서 갈라지는 그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오늘은 그라인더 덕분에 편하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단순노동을 하면 많은 잡념이 떠오르게 된다. 그 중 하나는 내가 돌에 깔려죽는 상상인데 원래 잔인한 상상을 하는게 버릇이기도 하고 이 돌을 옮길 때 바닥 모퉁이 한쪽이 살짝 깨져서 망치로 사정없이 치고 나니 돌이 조금 움직여있는 것을 보고 그게 신경 쓰이게 됐다. 전에 조각가 문신의 작업노트를 읽을 때 자기가 아는 조각가 중 한명이 자기 작품인 돌에 깔려서 죽었다는 것을 읽었는데 그때는 그게 뭔가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예술적인 죽음 같았달까 자기 작업에 깔려 죽는게 근데 그게 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고 그냥 졸라 무서웠음;; 그래서 그라인더로 돌을 썰면서도 만약 이 돌이 넘어진다면 그 순간 어떻게 피해야할지 머릿속으로 동선을 엄청 짰다
근데 원래 전동공구를 안쓰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게 돌가루가 엄청 날리기 때문인데 역시나 가루가 엄청 날렸고 오늘도 어김없이 맞은편에서 진행되는 공사현장의 노동자 분들이 신경쓰였음 그래서 가서 가루 날리는거 괜찮냐고 여쭤봤는데 뭔가 그런 질문은 왜 하냐는 말투로 '아 상관없어요' 이러고 마심
아 그리고 지난번에 말했던 그 노동자들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은 오늘 별로 안느낌 왜냐면 어제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미술하는 선생님들이랑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내가 나 노동자들 앞에서 돌 깎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팔자 좋고 쓸데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그 선생님들 중 한분이 그걸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서 인상적인 얘기를 해주심. 차도에 속도 제한이 시속 80키로라면 100키로로 달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 60키로로 달리며 브레이크를 잡게 하는 사람도 있듯이 이 세상에 사는 모두가 생산과 효율을 향해 갈 수는 없다고 예술가들이 하는게 의미 없어 보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바로 최고의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브레이크를 잡아주고 균형을 맞춰주는 사람들인거라고 하셨다 그때 머리가 띠용 했음 아 그렇네? 하면서 바로 이해가 됨 그리고 그걸 듣던 다른 선생님은 나보고 완전 애기라고 왜 그런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냐고 존나 한심해 하심 근데 내가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떤 불만이나 어폐라고 느껴졌던 것들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말이었던 것 같다.
근데 시발 난 항상 이렇게 동료는 없고 선생들이랑만 노네 선생님들 좋긴 하지만 친구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