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21년 6월 조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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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6: The End?일기/2021년 6월 조각일지 2021. 6. 27. 18:56
어제 전시를 마쳤는데 어제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글을 적지 못했다. 일단 돌을 깎고 나서 남은 잔해들을 치웠어야 했는데, 깎아낸 양만 500kg 정도 하다보니 도저히 혼자서 못하겠어서 인력을 다음날 부르기로 하고 잠에 들었는데 자는 내내 몸이 너무 아팠고 정말 끔찍하고 기분나쁜 악몽도 꿨다. 어쨌든 사진 촬영이 오전 10시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청소를 시작했는데 미친 비가 오는 것이다. 한달 내내 좀 쉬고 싶을 때는 비가 전혀 안오더니, 하필 촬영날 그리고 청소해야하는 순간에 비가 오다니 비를 쫄딱 맞으면서 돌덩이들과 진흙이 되어버린 돌가루를 퍼나르는 개고생을 함 그래도 도움을 받은 덕에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돌을 다 치우고 나니 비가 그치는 것이다. ㅎ 어쨌든 그러고 사진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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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4: 안전일기/2021년 6월 조각일지 2021. 6. 24. 21:38
아침 일찍부터 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몸이 일어나지지 않아서 쓰러져 자다 12시쯤 시작함 한창 작업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분이 오길래 뭐지 했는데 알고보니 엄마 친구분들이셨음 그래서 작업하다 잠깐 같이 카페를 갔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아 물론 뭐 꼭 교수가 되어라 이런 말도 해주셨지만 그런 말은 알아서 걸러듣는거고 두분 중 한분이 기계설비 쪽에서 일하시는데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는 제일 먼저 안전만 지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함 왜냐면 작업 자체는 사실 다 거기서 거기인거고 각자 스탈이 있고 하니깐 그런데 안전하고 건강하게 작업해야 오래 할 수 있는거고 결국엔 건강하고 행복한게 제일 중요한거라고 용접공들이 보통 일당 20만원인데 70만원 하는 분들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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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3: 서울일기/2021년 6월 조각일지 2021. 6. 23. 21:22
엊그제 까지만 해도 마음이 너무 조급하고 다 마음에 안들었는데 오늘은 그냥 즐겁고 다 좋았다. 어차피 며칠 안남았기에 뭘 많이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작업을 시작했던 취지를 다시 떠올려보며 이 정도면 정말 많은 것들을 이뤘다는 사실에 내 자신과 작업을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 어차피 즐거울라고 작업 하는거잖아 그런 생각들로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도 있겠지만 어제 서울을 다녀온 것도 영향이 없진 않은 것 같다. 일이 있어서 서울에 엄청 오랜만에 갔는데 정말 숨통이 트이고 너무나도 행복했음 ㅜㅜ 한남동 가서 쾌적하고 부티나는 좋은 공간들에서 (좋지는 않았던) 전시들을 보고 코스 가서 쇼핑 맘껏 하고 이솝 가서 온갖 아름다운 향들을 다 맡아보고 놀면서 서울을 만끽함 그리고 갈데도 없었는데 서울에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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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 밤일기/2021년 6월 조각일지 2021. 6. 20. 21:59
오늘은 조카가 놀러왔는데 내 작업들을 보고 뭐는 엑스 같고 뭐는 톱상어 뭐는 망치상어야 이러면서 신나서 재잘재잘하는 걸 보고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내 작업실을 ‘이모 집’이라고 하면서 이모 집 보러가자고 끌고 가더니 보여주니깐 ‘이모 집은 이렇게 생긴거야?’ 이랬음 ㅋㅋㅋ 작업실 모습이 당황스러웠나보다 그리고 들어오면서 신발을 벗으려고 하는 것 까지 너무너무 귀엽고 너무 소중하고 아가가 안컸으면 좋겠다는 이기적 생각을 했다. 조카가 가고 나서는 작업 안하려다가 마냥 쉬기는 싫어서 조금 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계속 수정하고 깎아야 될 부분들이 보이는데 돌은 너무 또 많이 손대면 별로인게 아닐까 어느 시점에서 끝내야 할까 싶었고 이제 여기서 작업할 수 있는 날은 5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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