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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튜브
    인간 2022. 12. 13. 21:30

    요즘 곽튜브 옛날 여행 영상들을 보고 있는데 남자 존나 부러움.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게 나중에 인연으로도 이어지는 걸 보면서 진짜 신기했다.
    아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여행 가서 말거는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친해지고 번호 교환도 할 수 있는 자유는 여자에게는 없다. 절대 없다
    나도 해외 여행 다니면서 현지인들과 말 섞는거 좋아하는데 처음에는 뭘 몰라서 그냥 사람들이 순수할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순수하게 대했었음
    근데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시발 모든 인간 특히 낯선 곳에서의 인간은 일단 경계하고 봐야겠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케이스들만 생각해보자면

    1. 시칠리아 여행 중 기차에서 어떤 10대 남자애가 말걸면서 어디서 왔냐 친구하자 이러길래 걔가 친구들이랑 있기도 했고 그냥 댕청한 고딩으로 보이길래 오키 하고 페북 교환 했는데 나중에 페메로 자기 꼬추 사진 보냄

    2. 밀라노에서 카페에 있는 데 어떤 중년 남자가 오더니 너 자세 안좋아 보인다고 자기가 척추 교정 하는 사람이라면서 어쩌구 저쪼구 올바른 자세에 대해 엄청 열심히 설명하길래 오 그래? 이러면서 순수하게 들어줬는데 갑자기 자기 손을 내 옷 밑으로 들이밀면서 등을 맨손으로 만짐

    3. 산지미냐노 여행 중 묵었던 에어비앤비 방에 그림이 걸려있었는데 그림 밑에 ‘이 그림의 작가는 여기 로컬 아티스트고 그림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호스트에게 문의하라’라고 해서 문의함. 호스트 아주머니가 그 아티스트가 자기 친구라고 아주 나이스 하다며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소개를 받고 스튜디오에 놀러갔고, 나중에 걔네 집에서 식사도 했음(부인이랑 딸과도 함께 참고로 딸은 나랑 나이 비슷했음) 근데 나중에 데려다주겠다고 차 태워주고 걔랑 둘이 가는데 마지막에 내릴때 걔가 갑자기 입술에 뽀뽀 갈김

    4. 로마에서 길을 걷는데 어떤 30대 남성이 나타나더니 자기가 여기 로컬인데 구경시켜주겠다며 같이 걷자고 해서 어차피 사람 많은 관광지라 오케이 했는데 걷다가 갑자기 으슥한 쪽으로 가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 집 가자함 그래서 빠이함 (그래도 얜 노터치 였네 이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ㅎ 시발)

    5. 부쿠레슈티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가는 길에 말을 엄청 걸었고 내릴 때가 되니깐 자기가 술 사주겠다고 뽀뽀 하자고 입술을 들이밀어서 놀라서 내림

    6. 레이캬비크에서 밤에 혼자 바에 갔는데 사람이 나랑 어떤 아저씨 밖에 없었음.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걸길래 어떻게 왔냐 등등 서로 스몰토크를 즐겁게 나눔 그러다가 아재가 자기 여기 근처 호텔에서 묵고 있는데 같이 가자함 아니 근데 다들 왜 급발진이여? 시발 호텔에 데려갈거면 앞뒤 맥락이 있어야지

    이 외에도 엄청 많고 더 심한 것들은 입 밖에 다시 꺼내는게 두려울 정도. 특히 이탈리아에서의 6개월 교환학생 시절은 매일 매일 성희롱을 당해서 집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고 매일 울었다. 언행 자체의 폭력성 보다는 그냥 아 여기 사람들은 날 같은 인간으로 보질 않는구나 싶어서

    좆같았던 기억들은 왠만하면 삭제하고 사는 편인데 곽튜브를 보다보니 슬금슬금 떠올랐고 그래서 기분 좆같다. 여자에게는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타인을 맞이할 여유, 자유가 없다. 나도 위 사람들과 모든 시작은 곽튜브와 다를게 없었다. 그저 말 걸어오는 사람들을 큰 경계 없이 대했을 뿐. 인간으로 대해줬을 뿐. 그러나 전개와 결말은 확연히 다르다. 왜? 걔는 남자고 나는 여자니깐. 그 이유 말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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