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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젊기
    인간 2022. 11. 30. 00:20

    예전에 손이용 배우의 인터뷰를 보는데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나중엔 언제든지 놀 수 있으니 젊었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지만
    자기는 그것과 생각이 반대라며, 오히려 공부는 나이 들어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노는 것은 몸이 따라줘야하니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다고 암튼 그랬는데 얼마 전에 어떤 자리에 갔다.
    대학생들 있는 테이블에 있다가 다들 아무 말 안하고 안주만 먹길래 노잼이어서 나이 많은 사람들 있는 곳으로 갔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나이 들어서 좋은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맞장구를 쳤다.
    나이 들면 몸도 안좋고 정신도 또렷하지 않고 다 별로라면서 한탄을 하길래
    ‘그럼 젊었을 때 건강 관리 잘해둬야겠네요‘ 라고 하니깐 아니라며 젊었을 때 술도 많이 먹어두고 많이 놀아두라고
    ’그거 나이 들면 다 못해요!’ 이러면서 늙은 눈으로 진심 어리게 조언을 해주는 것. 그래서 집에 와서 어떻게 하면 잘 젊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젠간 늙을 수 밖에 없으니 어떻게 하면 잘 늙을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근데 그거 너무 어려움.

    일단 노는 거 나도 좋아하긴 하는데
    이십대 초중반 때는 맨날 술먹고 밤새고 클럽 다니고 외간남자들 만나고 하는 유흥이 재밌었는데
    이젠 일단 그게 너무 힘들고 별로 재밌지가 않음
    얼마 전에 만났던 또 다른 50대 지인은 나보고 왜 기하씨는 친구가 별로 없냐면서 자기는 어릴 때 친구도 진짜 많았고 파티도 엄청 다녔다고
    자기가 파티 다 끌고 다녀주겠다고 했는데
    뭐 한두번은 좋겠지만 그런 자극에 너무 길들여지면 작가 생활을 하는데 별로 좋지는 않을거 같다고 하니 그것도 그렇네 라고 함.
    그리고 뭐 꼭 술을 들이붓는 유흥이 아니더라도 클럽 문화를 즐기고 노래 들으러 다니는 친구들도 있지만 난 그런게 넘 불편하고 좀 그렇더라 넘 힙스터 재질 사람들이라 재미가 없는건가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을 안 만나는건 아니고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인간들에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인데 코리안 사회 특이라서 그런지 내가 넘 눈치 없게 들이대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게 별로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는거 같음.
    암튼 이야기가 좀 다른 결로 샜는데 어떻게 하면 잘 젊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나의 젊음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왜냐면 그때 그 자리에서 나이 들어서 하나도 좋은 거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다 내가 고등학생 때 에너지 너무 넘친다고 생각했던, 멋지다고 생각했던, 우러러 보던 사람들이었다.
    나도 저런 멋진 어른이 되기를 꿈꾸며 작가의 길을 향해왔다.
    근데 역시 멀리서 보던 것과 달리, 가까이에서 듣는 이야기는 달랐고
    그들도 그 십년 이십년 전의 에너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릴 때는 뭘해도 다 재밌었다’고 그 중 한명이 그랬다.
    그게 지금 나의 현재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더 두렵다.

    https://youtu.be/SNMjgBQVf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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