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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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kowhegan일기 2024. 10. 21. 15:18
Dear Skowhegan, I cried most of the days during the nine weeks. I cried watching the trees sway in the wind. I cried in front of the sheep. I cried by the lake, countless times. I cried in the lake, hiding my tears in the water. I cried during my studio visits. I cried in between lectures, concerts, and parties. I cried out loud and ugly in the middle of the open field, when I finally gave up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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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일기 2024. 10. 3. 12:58
사실상 유진정 블로그 보려고만 켜보던 티스토리 어플. 내 블로그는 들떠 보지도 않았다. 글을 쓸까 싶은 순간들은 있었지만, 언어로는 내가 담으려는 것들을 담지 못해 그만두곤 했다. 예전에 구나 작가님과 얘기 중 작가님이 했던 말이 가끔 떠오른다. 구나 작가님 인터뷰가 별로 없었던가? 아무튼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말은 뱉는 순간에도 내가 스스로 들으면서 어? 이 뜻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말로는 오해가 생기기 쉬워요. 말로는 뜻을 표현하기 어렵게 느껴져요.‘ 라는 식의 말씀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그런가?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뼈저리게 공감하고 있다. 블로그를 외면하고 있던 이유는, 내 글들을 읽어보지 않아도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공감하기 어렵고 어처구니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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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일기 2024. 6. 10. 23:40
레지던시로 떠나기 위해 5일 간 짐 싸기와 부치기 청소하기에 밤낮 없이 허덕였다. 출발 하루 전 드디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 간단한 저녁을 먹고 공원으로 걸어가 언덕을 오르니 강가 넘어 해가 막 지고 있는 뉴욕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와우 . ... ...... 우와......! 볼 때 마다 너무 감탄스러워. 매일 매일 밤낮으로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 마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마음이 벅차오른다. 오늘따라 유일하게 더 맨하탄이 신비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친구에게 말했다. Look at this beautiful work of humanity. 맨하탄의 도시풍경을 보면 인류란 참 멋진 동물이라는 생각이 가슴 안에 퍼진다. 좁은 땅에 서로 다투어 어떻게든 서있겠다고 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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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반 백인 반일기 2024. 4. 12. 07:28
흑인 반 백인 반 인 친구한테 물었다. 미국에서 흑인이랑 아시안 중 누가 더 살기 힘들다고 생각해? 아니 근데 사실 정답은 있잖아. 당근 흑인이겠지. 여기에 오게된 이유 자체가 다르니깐. 근데 아시안도 노예가 아니었다고 생각 한다면 오해야. 아시안 중에서도 강제노역으로 끌려온 사람들 많았어. 그렇지만 대다수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희망을 찾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지. 흑인들 중에는 희망을 갖고 미국에 온 사람이 0명이었겠지. 그 인종 간 계급 차가 여기 뉴욕에서는 너무 확실하게 보여. 미술관에 가면 미술을 보러 온 사람은 다 백인과 아시안이야. 가드는 다 흑인이야. 그런데 지금 드는 생각은, 아니 일단 편견 갖지 말고 들어봐, 흑인에게는 가시적인 물리적 노예제가 과거에 강해졌다면, 아시안한테는 비가시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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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일기 2024. 4. 5. 10:08
요즘 심리상담을 받고 있고 한지 한달 정도 되었다. 왜 받냐면 궁금해서 미국놈들 문화에 깊이 자리잡혀 있는 therapy가 도대체 어떤건지 궁금했는데 나보고 맨날 심리상담 좀 받으라고 하는 친구가 내 보험으로 커버되는 병원까지 알아봐줬길래 하게 되었다. 한달 째 해보니 내 인상은 이렇다. 마치 이건 science experiment 같다. 나와 상담사와 함께 공동 연구자가 되어 내가 '이러이러한 것이 나에게 문제 인 것 같다' 라고 하면 상담사가 '그래? 그렇다면 그것이 왜 문제인가? 그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나? 그 문제가 왜 계속 발생하는가?' 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져주고 나는 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기억 속 이것저것 증거물들을 꺼내서 상담사한테 던지고 상담사는 그 증거물들 중 근거 있어 보이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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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한녀일기 2023. 11. 19. 02:26
여기서 생활하다보면 문득 내 안의 한녀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일단 첫번째는 무거운 거 들때. 조소과를 다니다보면 무거운 거를 들어야 될때가 많다. 대학 신입생 때 부푼 마음으로 대학에 왔는데 항상 재밌는 거는 남자애들 끼리만 하길래 무거운 거 들거나 할때 그냥 나도 갈래!! 하면서 따라간 적이 많다 그런데 나타나면 얘는 왜왔어? 하면서 여자는 빠지라고 한 적이 대부분이고 아니 나도 할 수 있어요 하면 허허 웃거나 다른 노잼 일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노골적으로 작업 어시를 구할 때 남자 2명 구합니다 이렇게 하는 경우도 허다함. 여자만 구하는 경우는 거의 못본듯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작업 운송할 때도 기사님들이 나는 무거운거 못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만 나타나면 왜 도와주는 남자 안데리고 왔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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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세달일기 2023. 11. 16. 06:38
이제 삼개월이 되었는데 이쯤 되니 뉴욕이 딱 이렇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미 여기서의 삶은 펼쳐지고 있고 나의 생각과 관계들이 여기서 거미줄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고 언제 서울에서 살았나 싶게 서울에서의 생활이 멀게만 느껴진다. 가끔가다 불안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졸업하면 뭐하지...작업 다 어디다 보관하지...돈 어떻게 벌지 그럴때마다 술을 들이키면서 주의를 돌려 잊어버리곤 했지만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그냥 멍때리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 멍 때리고 있으면 뇌가 또렷해지면서 걱정할게 하나도 없다고 알려준다. 일단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면 된다며 지금 이렇게 자기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특권이고 학생 신분으로 사는 마지막 기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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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두달일기 2023. 10. 13. 02:14
어제 비빔밥에 소맥 개쳐먹고 아직도 술 안깸 너무 몽롱해서 작업을 할수가 없다 술을 깨기 위해 글을 써보자 너 나한테 왜 이렇게 친절해? 어제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말. 여기 사람들 다 친절해 그게 의문인 이유는 나는 별로 주는게 없는거 같은데 나는 얻는 게 많은데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나한테 친절을 베풀어서 나로부터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음 난 보통 질문 존나 하고 그냥 듣기만 하는데도 대화가 재밌는걸까? 아니면 내가 별의별 요상한 질문들을 하는게 신기한걸까 아무튼 사람들 다 너무 친절해. 여기 와서 훨씬 더 사람들과 equal하게 취급되는 기분이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나의 의견과 동의하지 않으면 그대로 속마음을 말하고 내가 하는 질문들을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고 ..